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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리셀도 할 짓이 아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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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2 12:33:22

몇 년전부터 소장가치가 높은 신발들, 많이 발매 안하는 그런 신발들을 사서 리셀하는 식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게 이제는 뉴스에까지 슈테크인가 라는 표현으로 나오면서 흔한 일이 됐는데요, 저는 이걸 하고 싶어도 추첨에서 걸리질 않아서 진짜 제가 신고 싶어도, 구매해서 팔고 싶어도 단 한 번을 걸리지가 않았습니다.

 

지난 주에 제법 괜찮은 신발이 하나 또 추첨을 통해서 판매한다고 해서 신발이 아예 마음에 안드는 것은 아니고 또 뭔가 이거 한 번 걸리는지 한 번 보기나 하자는 마음으로 응모를 했는데 처음으로 당첨됐다는 메세지를 받고 얼떨떨 했습니다.

 

이게 진짜 제가 갖고 싶은 물품이 걸렸으면 만세를 외쳤을 것 같은데 이번에 제가 걸린건 솔직히 신고 싶은 모델은 아니었고 오로지 좀 비겁하지만 용돈이라도 한 번 벌어보자는 마음이 더 컸죠.

 

신발 구매하고 배송와서 사진을 찍고 슬슬 중고 판매가들을 보는데 반응들이 폭발적이진 않더군요. 저는 돈 많이 벌 목적도 아니고 얼른 그냥 팔아치우고 본전을 찾으면서 인터넷 공유기 하나 좋은 것 장만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시장에서 거의 제일 낮은 가격으로 계속해서 올렸습니다.

 

그럼에도 연락이 잘 오질 않더군요. 그래서 계속 조금씩 낮게 낮게 갔는데요, 지난 금요일 밤에 연락이 이제 좀 많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구매자들 입장에서도 뭔가 구미가 당기는 그런 가격대구나 싶더군요.

 

가급적 코로나 때문에 직거래보다는 택배거래를 하겠다, 우체국택배로 배송해주겠다 이런 문구를 걸어뒀는데도 가격대가 좀 있어서 그런지 직거래 문의가 빗발을 쳤습니다. 직거래는 지역, 사이즈, 가격대 다 같아야 하니깐 이게 성립이 어려운 부분이어서 택배거래로 지역적으로 걸리는 것을 빼서 빠르게 판매해보자는 의도였거든요.

 

어떤 한 분이 매우 늦은 시간에 연락이 왔습니다.

 

시장에서 제가 제일 낮은 가격으로 내놓았는데도 가격 좀 깎아주면 안되겠느냐, 그러면 제품 상태는 확실하냐, 제일 저렴한 가격으로 내놓았는데 할인은 어려울 것 같고, 딱히 불량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은 없어보인다고 말하니 몇 가지 확인 절차를 거치겠다고 했습니다.

 

구매 확인 페이지에 가서 캡쳐를 해서 보내라고 하길래 보내줬더니 이름이랑 전화번호 주소 다 나오게 캡쳐하라 이런 요청까지 하더라구요. 여기서 뭔가 좀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가격대가 좀 있는 물품이어서 확실히 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이렇게 번거로운 요청들까지 다 들어주면서까지 이 사람한테 팔아야하나 싶고, 이거 그냥 내가 신어도 되는건데 뭐 때문에 이렇게 휘둘리면서 요청 다 들어줘야 하나 싶은 마음도 들더군요. 그래서 제가 죄송하지만 그냥 이거 제가 신겠다고 했더니 갑자기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집니다. 아무래도 제가 너무 싸게 내놓았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금요일이라서 우체국 택배로 토요일에 발송을 못드리니 월요일에 입금주시면 월요일에 발송드리고 송장 찍어 보내드리겠다 했더니 월요일에 받고 싶으니깐 우체국보다는 편의점 택배로 보내달라고 하셔서 알겠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입금 하고 나면 바로 나가서 편의점 택배로 보내달라고 합니다. 밤 11시 30분에 돈 받았으니 바로 가서 붙여라 이런 요청 자체가 저는 좀 말이 안되는 요청 같았습니다.

 

굳이 이걸 월요일에 받으셔야 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으니 지금 가격이 계속 내려가는 것 같은데 쌀 때 받으면 기분 안좋을 것 같아서라는 다소 이해가 안가는 대답을 했습니다. 아마도 제가 판매한 것을 사서 더 비싼 가격에 되파는 목적이었을 것으로 추측했습니다. 이게 자기가 신거나 소장할 목적이면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니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좀 이 사람한테 요청하는데로 다 해주고 번거롭고 귀찮아서 제가 그냥 신겠다고 하고 거래를 파기하려니깐 또 막 그러면 월요일에 돈 보낼테니 우체국택배로 보내주셔도 된다 이러면서 엄청 간절한 듯이 이야기를 하셔서 저도 사실 이거 처음으로 당첨되서 이런 신발 가져보는거고, 신발이 마음에 안드는 것도 아니고 솔직히 용돈 벌이라도 해보고 싶어서 판매한다고 올렸지만, 돈 안벌고 제가 신어도 충분한 신발이다 거래 같은거 처음해봐서 이렇게 까다롭고 귀찮은 줄 몰랐는데 그냥 안팔고 신으려고 한다고 하고 연락을 끊었습니다.

 

그리고, 판매할 생각으로 그 좋은 신발이 왔는데도 발도 한 번 안넣어본 신발을 다시 꺼내서 택을 뜯고 발 딱 넣어보니 마음이 뭔가 후련하더군요.

 

이런 장사도 해본 사람이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뭔가 돈을 좀 더 벌어보려다가 오히려 예정에 없던 돈을 쓴 것으로 마무리가 됐습니다.

 

그렇게나 간절히 원했는데 그걸 못샀을 때 좌절감을 알면서도 그걸 이용해서 돈을 벌려고 했던 것에 조금 스스로에게 씁쓸하기도 했고 그렇습니다. 시장에서 원하는 사람이 있고 시장가격이 형성되고 거래가 이뤄지는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 잘못됐다 이렇게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저랑은 어쨌든 맞지 않는 일이었다고 이번에 확실히 느꼈습니다.

 

신발은 신기로 결정하고 질러버리고 갑자기 추워져서 몇 가지 운동할 때 입을 옷들이나 사려고 보니 그 신발을 안샀더라면 여유있게 몇 가지 장만해서 잘 입었을텐데 싶고 그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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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11-02 12:55:05

중고팔 때 넘 신경쓰여서

걍 안팔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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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3 12:41:58

 다 떠나서 공지해놨는데 네고하는 분들은 그냥 거르는 게 답입니다. 

 

그게 마음이 편해요. 굳이 잘 안 팔리더라도 개인 간의 거래로 먹고 사는 거 아니면 수요가 있으면 결국 알아서 팔립니다.

2020-11-04 00:22:19

이거 정말 맞는 말,, 네고 안해도 언젠가 결국 팔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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