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PW 찾기 회원가입
 / 
(스포) 왜 "본질보다 스타일"일까?
 
3
  410
2021-01-13 17:30:39

와카코의 중개로 산드라 도셋을 구하러 가기 직전, 재키가 티버그가 조정한 밀리테크 훈련 샤드를 주죠. 

그 훈련 샤드를 하다 보면, 티버그가 "본질보단 스타일이지"라는 대사를 합니다. 

 


이후 티버그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나 아리스토텔레스를 인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좀 묘한 대사죠. 

아우렐리우스는 스토아 철학의 계보를 잇는 인물이고, 스토아 철학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부분적으로 계승합니다. 묘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아리스토텔레스나 스토아 학파와 같은 고대 철학의 관점에서 스타일, 즉 형상은 본질에 선행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도리어 본질이 형상을 결정하죠. 눈앞에 조각상이 있다면, 무언가가 조각상을 만들었을테니까요.

 

 

 

그럼 왜 "본질보다 스타일"일까요?

간단하게 원인을 찾자면, 사이버펑크 룰북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이버펑크 2077은 마이크 폰드스미스 원작의 TRPG 룰북에 근거합니다. TRPG는 테이블 탑 롤플레잉 게임의 두문자어입니다. 미국식으로는 펜 앤 페이퍼라고도 해요.  쉽게 말하면, 룰북이라는 규칙에 근거한 소꿉놀이 같은 거죠. 넷플릭스에서 기묘한 이야기라는 미드를 보신 분들은 주인공들이 지하에서 하는 게임을 기억하실 겁니다. 그게 TRPG죠. 

 

 

소꿉놀이라는 말은 쉽게 들리지만, 머리가 굵은 사람들 앞에서 조니 실버핸드나 산티아고 알데칼도 같은 캐릭터를 플레이하는 일은 어지간히 난처한 일이 아닐 수 없죠. "나는 은색 '크롬'도 없는데?"라는 생각이나 "악기라고는 단소가 전부인 내가 로커보이를?" 같은 생각이 머리에 떠오를 거라고 생각하는 일 자체가 사치일 정도로 어색할 테니까요. 이런 플레이어 제군을 위해 사이버펑크 TRPG 룰북에서 게임 속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는 플레이어에게 세 가지 지침을 줍니다.

 

1) Style Over Substance

2) Attitude Is Everything

3) Live on the Edge

 

1은 어디에서 많이 본 것 같지 않나요? 그렇습니다. "본질을 넘어선 스타일",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본질보다 스타일"이네요. 룰북에서는 이를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잘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만 한다면, 얼마나 잘 하는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실수를 해도, 계획한 거라고 말해라. 일반적인 모험에서 옷과 외관은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이 세계에서 가죽 갑옷 재킷과 선글라스 입는 일은 진지하게 고민할 만한 일이다."(R.Talsorian Games, 2019, p.7)

 

조니가 충분히 조니를 연기할 수 있죠. 캐릭터에 조니 실버핸드라는 이름과 은색 의수를 달아준 후 '자아도취에 빠진 개자식'처럼 행동을 선언하면 되니까요. 후에 자기를 조니 실버핸드라고 주장하는 이미테이션 가수로 드러난다고 하도 말이죠. 생각해보면 "본질보단 스타일이지"라는 지침이 사이버펑크에서 캐릭터를 연기하는 초보를 위한 조언인 점을 고려하면, 튜토리얼에서 이 대사가 나온 점도 좀 의미심장하죠. 잘 하지 않아도 되고, 자기가 생각하기에 잘 하는 것처럼 V를 플레이하면 되니까요. "본질보다 스타일"의 기원을 간단하게 찾아봤으니, 이제 이야기를 부풀리고 논의를 끝내보죠.

 

티버그의 인용문 거짓으로 드러나다?

티버그가 콘페키 플라자 호텔 작업 직전에 작전회의에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를 인용하죠 "우리가 듣는 모든 것은 의견일 뿐 사실이 아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라고 말이에요. 하지만, 재미있는 점은 실제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는 점입니다. 레딧의 게시글 중 하나에서 이 점에 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게시물 관련 링크로 달아놓았으니 들어가서 보실 수 있어요. 간단히 말하자면, 그렇듯하게 인용구에서 돌아다니는 말이니 실제로는 그런 말을 한적이 없다고 합니다. 재미있지 않나요? 인용문이 인용문처럼 '사실'이 아니라니. 그러고 보니 티버그와 관련해 사실이 아닌게 하나 더 있었죠? 바로 E3 엑스박스 세션에서 공개된 시네마틱 트레일러입니다. 

 

 

이 시네마틱 트레일러에서는 재킷을 걸친 티버그가 반격하려는 V에게 사이버웨어 오작동 퀵핵을 걸다가 총에 맞아 죽고 말죠. 하지만,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실제 게임 내에서 티버그의 마지막 등장은 홀로텔 중 비명을 지르고 더 이상 없죠. 게임 내에서는 시체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게임 내 NPC의 대사로 죽었다는 '의견'을 들을 뿐이죠.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짤방처럼 사실이 아닌 게 사실처럼 돌아다니는 걸 수도 있죠. '본질을 넘어선 스타일'이라는 지침처럼 실제로 죽지 않아도, 죽은 척을 잘하면 문제가 없기 마련이죠. 저는 그래서 티버그가 사실은 죽지 않은게 아닐까라는 희망회로를 돌리고 있습니다. 물론 작중에서 넷러너의 운명은 대부분 뇌가 타죽는 것으로 그려지긴 합니다. 여러분도 게임 플레이 중에 건물 옥상, 창고, 골목에 죽어있는 넷러너 NPC를 여럿 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티버그가 하는 대사, 티버그에 관한 대사, 별장에서 안락한 삶이라는 티버그의 꿈, 시네마틱 트레일러와 실제 게임의 불일치, 게임 내 티버그 시체 미발견을 고려하면, 티버그가 죽음을 위장하고 확장팩에서 등장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티버그가 크리스탈 팰리스의 바에서 마티니를 마시다가 잠입한 V와 우연히 마주칠지도 모르는 일이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 '본질보단 스타일이지'라는 대사로 티버그의 부활에 관한 행복회로를 돌려보았어요~ 그럼 어서 대형 패치와 확장팩으로 게임이 나아지길 고대하며 짜이찌엔~

 

 

 

2
Comments
1
2021-01-13 18:52:31

단순한 대사가 아니었네요. 원작에도 저런 말이 있었다니 덕분에 하나 배워갑니다.

1
2021-01-13 23:42:14

와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글쓰기
공략/같이 즐기기 - 최다 추천
1
게시물이 없습니다.
2
게시물이 없습니다.
3
게시물이 없습니다.
4
게시물이 없습니다.
5
게시물이 없습니다.
공략/같이 즐기기 - 최다 코멘트
1
게시물이 없습니다.
2
게시물이 없습니다.
3
게시물이 없습니다.
4
게시물이 없습니다.
5
게시물이 없습니다.
공략/같이 즐기기 - 최다 조회
1
게시물이 없습니다.
2
게시물이 없습니다.
3
게시물이 없습니다.
4
게시물이 없습니다.
5
게시물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