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PW 가입
 / 

파이널 판타지 7. 모두의 기대를 배신한, 하지만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

 
2
  809
Updated at 2020-04-15 03:55:41

 스퀘어에닉스의 종합선물 세트. 하지만 절대 좋은 의미로는 아니다.

 

본래는 위와 같은 제목으로 대충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보시다시피 챕터 17 진행 도중 루퍼스와의 일전을 앞두고 마음에 들지 않았던 내용을 이런식으로 하나씩 정리해두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의 플롯이 어느 정도 바뀔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무렵에는 기대하던 바가 따로 있었습니다. 기존 컴필레이션에서 다루었던 이야기, 그중에서도 주로 외전 등에서 중심이 되었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원작 내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녹여낼까가 주된 관심사였으며, 그 외에는 원작만으로도 좋은 이야기였기에 크게 손을 대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죠.

 

설령 대폭 수정이 가해진다고 한들 그저 이야기를 길게 늘어트리는 수준에서 이루어질 것이라 짐작했기에 운명의 파수꾼이라는 필러의 등장, 새로운 NPC들의 등장이 그다지 달갑게 느껴지지만은 않았습니다.

파이널 판타지 7 어드벤트 칠드런을 기점으로 와닿지 않는 설정이 증가하기도 했거니와, 킹덤하츠 시리즈에서나 나올 법한 장치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이거든요.

 

어차피 원작의 미드갈 탈출까지만 다룰 생각이었다면 본 리메이크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돈 코넬리오의 영향력을 줄이고, 새로운 NPC들을 등장시키는 대신 미드갈 편의 전체를 아우를 만한 새로운 악역을 만들고 이를 다루는 편이 나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게다가 원작보다 잦은 빈도로 나타나는 듯한 세피로스의 환상도 은근히 거슬렸으며, 신라 본사 침입 장면에서도 세피로스의 미묘하게 달라진 행적으로 인해 작품을 아우르는 최종 보스로서의 위엄이 와닿지 않게 된 것도, 유령처럼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연출도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미드갈에서 있었던 일을 이왕 더욱 깊이 있게 다루기로 했다면 차라리 새로이 조명한 아발란치 본대와 분파 간의 신경전, 티파와 제시의 갈등도 세밀하게 그려지기를 바랐습니다.

 

그렇기에 처음에는 현세대기의 아름다운 그래픽으로 묘사된 미드갈의 모습이나, 다소 만화적인 표현이 허가되었던 원작에서 등장했던 몬스터들을 재해석하여 내놓은 제작진의 영리함에 감탄하기도 했지만 작품이 진행될수록 결국에는 분량을 늘리려 무리수를 둔 것은 아닌지, 이미 오랫동안 다른 여러 작품에 손을 대었던 제작진들이 스스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마저 들었습니다.

그러한 우려는 쌓이고 쌓여 루퍼스 전에서 정점을 찍게 되었고 게임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졌으며 그동안 쌓인 것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글을 적고 이대로 소감을 올리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게임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면 그래도 엔딩은 보고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기억하는 바에 의하면 이후 분량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여 금방 끝을 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다시 패드를 잡았습니다. 이미 기대치는 밑바닥까지 내려가 있던 탓에 그 어떤 충격적인 결말을 보여줘도, 이 실망감은 어찌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지요.

 

그리고 그 이후로, 엔딩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달라지고 말았습니다.

 

이 게임은 원작을 그저 새로운 그래픽으로, 새로운 시스템으로 즐기기 위한 작품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이 작품은 90년대에 나온 원작을, 그로부터 뻗어난 많은 이야기를, 세계관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선물이라 받아들였습니다.

 

어째서 제작진들이 결말에서 논란이 생길 것으로 생각했는지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엔딩을 내버리다니요.

 

이 게임으로 처음 파이널 판타지 7을 접하는 사람들은 분명 박하게 평가할 것이 분명할 것이며,

원작을 즐긴 사람 중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달갑지 않게 여길 사람도 많을 겁니다.

게다가 원작에서 클라우드 일행의 여정이 괜찮은 결말이었던 것을 떠올리자면, 엔딩에서 다시 한번 파이널 판타지 7이라는 프렌차이즈에 반하게 된 저조차도 이번 이야기도 그렇게 만족스러운 끝을 맞이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스텝롤이 흐르는 동안 이전에 썼던, 불만을 정리한 글을 지웠습니다.

 

2회차를 다시 한다고 해서 담아두었던 불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후속작에 관한 소식을 이른 시일 내에 들을 수 있기를 바라며 그전까지는 느긋이 원작을 다시 즐기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얼마나 될지 모르는 이 유예를 기다리기에, 가장 올바른 방법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니까요.

 

2
Comments
2020-04-14 21:07:11

안녕하세요. 하야센님 회원 가입 및 첫 글 감사합니다. 원작을 경험하지 못한 분들, 그리고 아직 게임을 진행 중인 분들에게 중후반 전개를 유추할 수 있는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어 경고문을 클릭해야 볼 수 있는 글로 수정하였습니다. 이점 양해 부탁드리며, 엔딩까지 본 분들에게는 게임에 대해 여러가지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글일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활동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0-04-16 00:15:46

엔딩보고와서 이 글 보니 공감가는 내용이 많네요~

특히 처음에 정리하신 부분에서 전투 쪽 완전 동의합니다 ㅎㅎ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