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라시네], [지구방위군 아이언 레인] 등 여러 콘솔 게임에서 주연을 맡은 김하루 성우 인터뷰
2018년 연말 즈음부터 음성까지 한글화한 콘솔 게임들이 다시금 기지개를 펴고 있습니다. 특히 자막보다 음성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VR 게임들에 많이 도입됐는데요. 그 외에도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4]나 [지구방위군] 시리즈처럼 현장감을 살릴 수 있는 작품들에서도 쓰이고 있습니다.
국내 콘솔 게임 시장이 점차 커지면서 그만큼 로컬라이징에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데요. 올 하반기에는 대사량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오픈 월드 게임, [보더랜드 3]도 한국어 더빙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콘솔 게임의 음성 더빙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요즘, SIEK가 퍼블리싱한 [데라시네]와 [지구방위군: 아이언 레인](이하 아이언 레인)에서 주연을 맡은 김하루 성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독특한 설정과 컨셉을 가진 작품들에 참여한 소감, 녹음할 때 신경 쓴 부분들,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 등을 인터뷰를 통해 만나보세요.
Q. 안녕하세요. 애니메이션이나 방송, 게임 등으로 이미 아는 분들이 많으시겠지만, 처음 보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하루 성우 : 안녕하세요. 성우 김하루입니다. [데라시네]에서는 유리야를, [아이언 레인]에서는 오퍼레이터 메이브(*) 역할을 맡았습니다. 반갑습니다.
* 메이브 : SIEK의 [지구방위군 아이언 레인] 더빙 현장 영상에서 김하루 성우가 맡은 배역이 ‘애슐린’으로 소개됐지만, 한글판에서는 ‘메이브’라는 이름으로 나옵니다. 참고로 스탭롤에서는 메이브(애슐린)으로 표시됩니다.
▼ 영상을 통해 주요 인터뷰 내용과
게임 속 목소리 연기를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Q. 작년에 참여하신 [데라시네]가 첫 콘솔 게임이었는데요. 보이지 않는 요정(플레이어)과 교감하는 독특한 작품이었거든요. 캐릭터 또는 게임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은 없으셨는지 궁금합니다.
김하루 성우 : 사실 처음에는 조금 무서웠어요(웃음). 영혼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설정이라 ‘유령하고 얘기를 하는 건가’ 싶었거든요. 게임에 등장하는 다른 친구들도 어딜 보고 얘기하는 건지 모르겠어서 ‘무서운 게임인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설정이나 캐릭터에 대해 설명해주셔서 ‘아…그런 건 아니구나’라고 알게 됐죠. 그런 다음부터는 ‘보이지 않는 존재(플레이어)에 대한 궁금함을 담아서 연기해야겠다’라고 생각하면서 즐겁게 녹음할 수 있었습니다.
▼ 보이지 않는 요정과의 신비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데라시네].
이 게임 특유의 동화같은 분위기가
더빙으로 더욱 잘 표현됐습니다
Q. 녹음 감독님이 중요한 부분들을 잘 짚어주신 덕분에, [데라시네]의 한국어 음성이 높은 퀄리티로 나온 것 같네요. 물론 참여한 여러 성우분들의 연기도 좋았고요. 녹음을 마친 후의 감상은 어떠셨나요?
김하루 성우 : 제가 아직 PS4가 없어서…과연 녹음한 것을 어디서 확인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고요. 그런데 음성 퀄리티가 좋았다는 얘기를 지금 들으니까, 콘솔을 사야겠다라는 생각이 드네요(웃음).
Q. PS VR과 무브 컨트롤러도 같이 주문하셔야 겠네요(웃음). VR 게임 관련해서 한 가지 더 질문드리고 싶은데요. 360도 공간 안에서 유저분들의 시선이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없는 환경이라, 자막을 쓰기 보다는 소리로 가이드를 하는 VR 게임들이 많습니다. 덕분에 일반 게임보다 음성의 중요도가 훨씬 높은데요. 혹시 VR 게임을 녹음할 때 신경쓰시는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하루 성우 : 저도 VR 체험을 해봤는데, 자막을 보면서 플레이하니까 조금 어지럽더라고요. 시선을 정말 천천히 돌리지 않으면 스쳐 지나가는 느낌이라서…그래서 확실히 VR에는 음성을 넣는 편이 더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녹음하면서 신경쓴 건, 목소리가 굉장히 가까이서 들리더라고요. 아무래도 VR 장비들을 착용하고 있으니까요.
그런 사운드에 특화된 기능들이 있기 때문에 ‘음성이 듣기 좋지 않거나 거슬리면 안되겠다’라고 생각했어요. 플레이에 지장을 주는 정도까지는 아니겠지만(웃음). 그래서 어떤 캐릭터를 표현하든 오래 들어도 부담되지 않는 목소리로 녹음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녹음했습니다.
Q. 이어서 [아이언 레인] 얘기로 넘어갈게요. 이 작품은 일본 특촬물이나 괴수물들의 클리셰, 대사 등이 많기로 유명한데요. 관련해서 전에 출연하신 작품들 중 ‘울트라맨’ 시리즈 더빙 경험도 있으셔서 이 작품의 녹음이 어떻게 느껴졌는지 궁금합니다.
김하루 성우 : 제가 맡은 캐릭터가 오퍼레이터였는데, 몇몇 장면들에서는 특촬물이나 괴수물이 연상되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래서 더 긴박함을 살리려고 노력했죠. 플레이하는 분들이 마치 지구를 지키는 용사가 된 듯한 기분을 느끼셔야 되니까요.
< 거대 괴수들이 침공한 급박한 상황,
지구방위군(EDF)이 되어
위기를 돌파하는 [아이언 레인] >
Q. [지구방위군] 시리즈는 코믹한 요소나 웃긴 대사들이 많은데요. 메디브의 경우 오퍼레이터라서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이런 재미있는 대사들을 녹음할 때 현장 분위기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김하루 성우 : 제 대사 중에는 웃긴 것보다는 심각한 내용이 많았고요(웃음). 녹음을 민트 사운드라는 곳에서 했는데, 이곳의 감독님이 녹음할 때 즐겁게 연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세요. 상황이나 설정도 많이 얘기해주시고요. 그래서 [아이언 레인] 때도 분위기가 아주 좋았습니다.
▼ [아이언 레인] 녹음 현장 분위기를
영상으로 공개한 SIEK
Q. 콘솔 게임에서 목소리 연기를 하시는 것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으신데요. 리포터 겸 MC로 진행했던 두근두근 도쿄, TV와 극장판 애니메이션 더빙, 오디오 북, 애니 사운드 페스티벌 MC 등 데뷔 후의 활동 분야가 상당히 넓으신 것 같아요.
김하루 성우 : 제가 다양한 것에 관심이 많아요. 하고 싶은 것도 많고요. 특히나 재미있는 일들을 좋아하는데, 마침 제가 하고 있는 일과 관련해서 흥미를 자극하는 것들이 많더라고요. 즐겁게 하다 보니까 여러 가지 일들을 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김하루 성우 / 출처 : 채널 W
Q. 아무래도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관련 더빙일 것 같아요. 처음 캐릭터의 톤을 잡을 때 어떤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나요?
김하루 성우 : 저는 캐릭터의 외형을 아주 잘 살펴봐요. 키나 얼굴형, 헤어스타일, 머리카락과 눈의 색깔 같은 부분들이요. 그리고 성격까지 살펴본 다음 캐릭터를 만든 분과 의견을 조율하면서 목소리나 연기 톤을 잡아가는 편이에요.
Q. 애니메이션, 게임 주제곡도 많이 부르셨고 노래를 잘하는 성우로도 알려져 있는데요. 성우를 준비할 때 노래도 같이 준비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하루 성우 : 성우분들 중에 노래 잘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거든요. 만약 같이 준비했다면 엄청 잘 불렀어야 할텐데(웃음), 그렇지는 않고요. 아무래도 직업적으로 발성을 연습하다 보니, 자연스레 노래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전문적으로 노래하는 분들 만큼은 전혀 아니고요. 듣기 좋게 노래를 하려고 성우가 되고 나서부터 연습했어요. 필요하더라고요.
▼ 애니메이션, 게임 등에서 다채로운 컨셉의
노래를 들어볼 수 있습니다 / 출처 : 얼티밋 스쿨
Q. 유튜브나 트위터에서 부르신 곡들에 대한 반응들이 좋더라고요.
김하루 성우 : 그건 너무 감사한 부분이에요. 그렇게 생각해주시고, 들어주시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 일이죠.
Q. 이제 가벼운 질문을 몇 가지 드리고 마무리할게요. 최근 근황이나 팬분들에게 소개해드릴만한 일이 있을까요?
김하루 성우 : 얼마 전에도 일본에 다녀왔는데요. 전에 리포터로 활동했던 ‘두근두근 도쿄’에 이어 ‘두근두근 저팬’이라는 제목으로 새롭게 방송을 시작할 예정이에요. 많이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몇 년간 심혈을 기울여 녹음한 VR 게임이 있는데, 굉장히 예쁜 게임이에요.
아직 발표 전이라 어떤 게임인지 말씀 못 드려 너무 죄송하지만, 출시하고 성우가 공개되면 ‘아~ 이 게임이었구나’하고 알아봐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 VR의 플레이 환경을 이해하고 있는 만큼,
새 게임에서의 연기도 기대됩니다 >
Q. 오랫동안 준비하신 만큼 좋은 성과로 이어졌으면 좋겠네요. 다음으로 서브컬처(*)와 관련된 질문도 드리고 싶은데요. 요즘 국내에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굿즈를 판매하는 매장이 늘고 있고, 성우분들이 참여하는 주문 제작 컨텐츠들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애니메이트 홍대점이 큰 규모로 오픈하기도 했고요. 이런 분위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김하루 성우 : 아주 훌륭한 일이네요(웃음). 저는 홍대 던전에서 열린 이벤트들에 참여했었고, 애니메이트는 일본에서만 가봤는데요. 규모가 크다고 하니 저도 홍대점에 한 번 가봐야겠어요. 보통 애니메이션을 보거나 게임을 하다가 서브컬처에 입문하는 분들이 많으시지만, 이런 매장들이 늘면 지나가다가 호기심을 갖게 되는 경우도 있거든요. 확실히 분위기가 점점 좋아지는 것 같고, 앞으로도 널리널리 퍼졌으면 좋겠어요.
* 서브컬처 : 사회나 계층을 넘어, 모든 연령대를 대상으로 하는 대중 문화보다 특정 대상을 타깃으로 하는 컨텐츠들. 예를 들면 게임, 애니메이션, 소설, 음악 등이 있으며, 그 안에서도 좀 더 깊고 디테일하게 파고들 수 있는 컨텐츠들로 세부 분류가 나뉩니다. 워낙 분야가 넓고 방대해 ‘서브컬처란 이런 것이다’라고 콕 집어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Q. 최근 관심있게 보고 있거나, 플레이한 게임이 있나요?
김하루 성우 : 요즘 [츠키의 모험]이라는 모바일 게임을 하고 있는데요. 주인공이 토끼인데, 얘가 당근도 키우고요. 샤워도 하고, 줄넘기도 하고, 폭죽놀이도 하고 그러거든요. 주로 낚시를 하면서 당근을 얻는 게임인데, 재미있게 하고 있습니다.
Q. 당근 얻는 방법이 독특하네요(웃음). 그럼 마지막으로 [데라시네], [아이언 레인]을 재미있게 즐긴 유저분들, 그리고 팬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김하루 성우 : 우선 두 작품을 재미있게 즐겨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리고요. 당연히 저만의 작품은 아니니까요. 많은 성우분들이 함께 참여해서 훌륭한 결과물들을 내놓고 있거든요. 앞으로도 많이 플레이해주시고 성우에 대한 관심도 많이 가져주셔서, 다양한 기회에 목소리로 찾아뵐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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