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레전드 한글화 #1, 귀무자 2

 레전드 한글화란?

‘레전드 한글화’는 국내에 콘솔 정식 발매된 후, 한글화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친 타이틀들을 소개하는 비정기 연재 코너입니다. 선정된 게임이 나왔을 당시의 시장 상황과 지금을 비교하고, 과거의 게임들이 갖고 있던 고유 재미도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 포인트인데요. 그 첫 번째 타이틀은 국내 퍼블리셔들이 한글화의 실효성을 의심하던 시기, 능동적인 한글화로 콘솔 게임 시장에 큰 변화를 일으킨 [귀무자 2]입니다.

 

 [귀무자 2]가 나오던 시절에는…

[귀무자 2]가 출시된 2002년 7월은 PS2가 정식 발매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였습니다. 당시 한국에 정식 발매되는 게임들은 대부분 영어 음성, 영어 자막으로 발매되었는데 이는 한국 게임 심의 규정에서 일본어 음성을 제제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이죠. 이 때는 게임뿐만 아니라 음악, 애니메이션 등에서도 일본어가 조금이라도 나오면 심의 통과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캡콤의 타이틀을 퍼블리싱하던 코코캡콤은 일본어 음성이 출력되는 게임의 한글판 심의를 넣고, 심의가 반려되면 문제가 되는 부분을 수정하여 반복 신청하는 의지의 한글화를 시도했는데요. 이와 같은 노력으로 PS2 정식 발매 시장에서 최초로 일본어 음성, 한글 자막인 [귀무자 2]가 심의를 통과하게 됩니다.


< [귀무자 2]는 18세 이용가 게임으로, 일부 잔인하거나
선정적인 장면이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 

 

 원작의 맛을 살린 한글화의 시작

한글판 [귀무자 2]가 등장하기 이전까지 PS2 게임들의 전반적인 한글화 퀄리티는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습니다. 과거 PC 패키지가 주류던 시절에는 한글화가 자주 진행됐으나, PC방이 주류였던 2002년에는 이전만큼 PC, 콘솔 모두 한글화가 빈번하게 일어나지 않고 있었죠. 덕분에 PS2가 정식 발매되고, 한글화 게임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도 국내 콘솔 게이머들이 원하는 한글화가 어떤 형태인지 알기 어려웠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귀무자 2]는 콘솔 한글화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 게임의 큰 장점이 개성있는 동료 캐릭터들과 인연을 쌓고 호감도를 높이는 것인데, 주인공을 비롯한 각 캐릭터들의 성격이 한글 대사에 잘 반영되어 몰입도가 높았습니다. 또 [귀무자 2]의 배경이 과거 전국 시대인 것에 맞춰 일부 대사를 사극 톤으로 번역, 시대의 분위기도 잘 살려냈죠. 이 정도로 게임의 설정이나 캐릭터성이 잘 반영된 한글화는 당시 굉장히 드문 케이스였습니다.


< 특히 동료 중 홍일점인 ‘오유’의 대사가 캐릭터의 성격을
잘 반영했고, 덕분에 유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

이런 결과에는 몇 가지 운이 따랐는데 당시 코코캡콤의 퍼블리싱 팀장은 게임을 좋아하면서 일본어도 잘 아는, 한글화에 상당히 유리한 인재였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 일본 캡콤 본사에서는 [귀무자 2]를 기점으로 해외 로컬라이징 사업에 과감한 투자를 시도하는데, 덕분에 일본 발매일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한글판 출시가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이 정책은 한동안 이어져서 이후에 출시되는 [데빌 메이 크라이 2]는 한, 미, 일 동시 발매에 성공, 타 시리즈에 비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판매량을 달성했죠. 그 후에도 [귀무자 3], [몬스터 헌터 G] 등이 일본과 동시에 한글화 정식 발매되는 등 국내 시장에서는 유례없는 빠른 한글화가 이뤄졌었습니다.

* 이 부분은 작성자가 당시 코코캡콤의 취재 담당자로서 자주 미팅을 하며 직접 체감하며 느낀 점을 서술한 것입니다.

 

 [귀무자] 시리즈는 어떤 게임인가?

[귀무자] 시리즈를 현세대 게임에 비유한다면 [인왕]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왕]의 시스템은 [블러드 본]이나 [다크 소울] 시리즈에서 많이 차용했다고 할 수 있지만 검으로 상대의 목을 겨누는, 마치 사무라이의 시대극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은 [귀무자] 시리즈와 비슷한 분위기를 내고 있죠. 두 게임의 큰 공통점은 바로 무기의 운용에 있는데, 유저가 검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게임의 재미가 확연히 달라진다는 점이 닮아있습니다.


< [귀무자], [인왕]에서 진검 승부를 진지하게
그려내는 장면들은 서로 평행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

[인왕]의 경우 AI가 많이 발전된 현세대의 게임이기에 몬스터의 다양한 패턴에 대응하는 재미가 있지만, [귀무자] 시리즈가 출시되던 시기에는 AI가 매우 단순하던 시절이었죠. 멍청한 몬스터가 칼을 들고 서 있다고 한들, 아무런 긴장감을 느낄 수 없었는데 바로 이 부족한 점을 역이용하여 아주 모험적인 시스템을 집어 넣었습니다.

 

 AI의 부족함을 플레이어의 숙련도로 채우다

여기 일섬이라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귀무자] 시리즈의 정체성이라고 불리며, 한번 맛을 보면 헤어나올 수 없다고 전해지는 요물이라고 말하고 싶은데요. 작동 방식은 간단합니다. 적의 칼이 내 몸에 닿기 전에 공격하면 마치 발도술을 쓰듯이 상대를 한 순간에 베어버리죠. 아주 단순한 시스템이지만 성공하는 순간 마치 영화 속 무사가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이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검을 다루는 사무라이의 컨셉을 살린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게임의 부족함을 유저의 숙련도로 채웠다는 점에 있습니다.

2002년, 이 시기의 몬스터들은 멍청했습니다. 일부 보스를 제외한 소위 잡몹들은 매우 단순한 AI를 쓰던 시절인데, 그저 맞아 죽는 것이 역할인 그들에게 이는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귀무자]는 이를 다르게 보이게 끔 했습니다. 검을 들고 생사를 거는 적을 표현하기 위해, 살기가 느껴지는 위압감이 필요했고 그것을 일섬의 아이디어로 연결했죠. 칼끝이 몸에 닿기 직전에 공격한다는 설정이 플레이어에게 긴장감을 주고, 성공했을 때는 화려한 연출과 함께 적을 단번에 쓰러뜨리는 쾌감을 선물한 것. 게임 개발에서는 기술력의 한계가 있을 때 되려 그것을 어떻게 해결하느냐를 두고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데요. 당시의 캡콤은 그러한 문제들을 신선한 아이디어들로 해결하는 좋은 개발팀을 여럿 갖고 있었습니다.


< 유튜브 자막 기능을 켜면 일섬 시스템에 대한
부연 설명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

 

 [귀무자 2]가 국내 시장에 남긴 것

[귀무자 2] 출시 후 국내 판매량이 약 5만장(비공식 추정치)을 돌파하면서 당시 퍼블리셔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작품성이 있는 타이틀에 퀄리티 높은 한글화를 더하면 게임이 팔린다는 분위기가 생겨난 것이죠. [귀무자 2]는 아직은 시기 상조라고 생각되었던 국내 콘솔 시장에 원작의 맛을 살리는 로컬라이징의 기준점을 만들었고, 그것이 이후의 국내 시장에서 점차 한글화된 게임들이 늘어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AI의 부족한 점을 아이디어로 풀어내고, 플레이어의 숙련도에 따라 쾌감이 커지는 시스템 디자인은 요즘 콘솔 게임들에서도 충분히 귀감이 될만한 시도였습니다.

작성자 : Qrd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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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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욜로

일섬 손맛 쥐기져

siv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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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vart

와~ 그 당시 생각나네요 조금 번화가에 가면 있던 게임샵에는 항상 귀무자2 영상이 나오고 있었죠!! 갓한글화 인정!!

젤다의전설야생의숨결
콘솔러
젤다의전설야생의숨결

귀무자… 당시 최고의 갓게임이었죠. 지금의 젤다의전설 야생의숨결의 인기에 버금갈 정도였다고나 할 정도면 당시 어마어마한 인기라는걸 알수있죠. ‘일섬’이라는 검 기술을 최초로 적립한 게임이기도하고. 저는 인왕의 시초가 ‘귀무자’라고 생각합니다. 칼싸움, 칼질을 주류로 하는 사무라이 RPG게임의 최초이자 최고의 게임. 어서 빨리 귀무자 후속작이 나오거나 귀무자 리마스터 좀 나왔으면 좋겠네요 ㅠㅠ 역대 캡콤 게임들 중 가장 최고의 갓게임인데..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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