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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트라이앵글 스트레티지 - 제작진이 다회차를 유도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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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2 15:06:57

이 게임의 표면적인 주인공은 세레노아지만, 진엔딩 루트를 제외한 나머지 루트의 주인공은 해당 루트를 이끄는 캐릭터다. 진엔딩 루트를 뺀 나머지 루트는 모두 어딘가 나사 빠진 느낌을 주는데, 이는 해당 루트의 주인공들이 어딘가 나사 빠진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세 명의 주인공은 각자의 사유로 좌절하고 질투하며, 좌절과 질투를 극복하기 위한 각자의 길을 택한다. 베네딕트는 치정에 기반해 주인을 질투했고, 롤랜드는 본인의 타고난 지위에 비해 부족한 능력 탓에 아버지와 형들을 질투했으며, 프레데리카는 결여된 모친의 위대한 행보를 질투했다. 베네딕트는 주인과 주인의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은 연모 대상의 아이를 주인과 주인의 주인보다 위대하게 키워내는 방법으로 좌절을 극복하려 했고, 롤랜드는 자신이 바라는 바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능력보다 무거웠던 지위를 던지며, 프레데리카는 모친이 끝내 해내지 못한 과업을 달성하고자 한다.


세레노아는 개별 루트에서는 주인공보다는 비중 있는 조연의 모습을 보인다. 베네딕트의 루트에서는 충실한 장기말의 역할을, 롤랜드의 루트에서는 든든한 조력자의 역할을, 프레데리카의 루트에서는 탄탄한 최종 방어막의 역할을 수행한다.


각 루트의 주인공의 행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15장 분기와 17장 분기를 반드시 맞춰야 한다. 특히 롤랜드의 루트는, 15장에서 왕당파 귀족의 비리를 파헤치는 선택을 하지 않을 경우 대체 이게 뭔가 싶을 정도로 개연성이 떨어진다. 15장에서 롤랜드가 겪는 일은, 무려 엔딩 일러스트에도 반영이 된다.


베네딕트 엔딩의 일러스트는 모든 복수를 완료한 베네딕트의 뿌듯함, 충실한 장기말의 무표정, 국왕의 부인이 되었지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한 프레데리카의 침통함이 표현되어 있다. 장기말의 무표정에는 가장 친한 친구를 상실한 탓도 있을 것이다.


롤랜드 엔딩의 일러스트에는, 롤랜드가 그토록 바란 빈민의 구제(except 로젤족)가 표현되어 있다. 세레노아는 베네딕트 엔딩과 달리 환하게 웃고 있다. 여신상은 일러스트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장치인데, 그들의 행복이 결국 종교 치하에 있음을 보여준다.


프레데리카 루트의 엔딩에는 대업을 완수한 프레데리카의 표정, 그리고 손에 들려있는 세레노아의 유품이 사뭇 섬찟하다. 롤랜드는 여기서도 나름 평온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롤랜드가 추구한 가치가 비교적 작은 사회에서나마 구현이 되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재미있는 것은, 세 인물을 모두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회차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는 점이다. 롤랜드가 베네딕트 루트에서 이탈하며 남기는 경고는, 베네딕트가 이탈하는 프레데리카 루트에서 비로소 현실화가 된다. 세 사람의 엔딩과, 세 사람의 이탈 루트 에필로그를 결합해야 비로소 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


진엔딩 루트에서는, 진짜 주인공으로 각성한 세레노아가 세 사람의 결여를 모두 채워주는 왕도를 걷게 된다. 다회차를 하지 않으려면 그냥 깔끔하게 진엔딩을 보는 것이 좋다.


https://youtu.be/dkAYt6St2QY


오프닝에 보컬 씌우고, 왕관 추가하니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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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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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2 15:22:03

안녕하세요 lovebest81님 깊이 있는 게임 소감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제목 뒤쪽에 (스포)가 있으면 모바일에서는 이를 보지 못하고 클릭할 수 있기 때문에, (스포)만 앞으로 이동 시켰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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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2 15:29:08

스팀 리뷰도 대부분 좋더라고요. 택오 리본도 얼마 안남았는데 엄청 기대되네요.

2
2022-10-24 08:12:44

와 정성글엔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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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30 11:56:17

최고의 SRPG중 하나라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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