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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채우다 - 고 신해철님 3주기 추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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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7 09:00:00

먼 훗날 언젠가

이 게임의 로컬라이징이 전무후무한 일이 될 거라고는 당시의 사람들은 생각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저 역시 그저 한국어 음성으로 더빙되고, N.EX.T가 BGM을 새롭게 녹음한다는 소식에 기뻐하고 있을 뿐이었죠. 당시는 아직 콘솔 업계와 관련된 일을 하기 몇 년 전이었기에, 순수하게 유저의 입장에서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대전 격투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길티기어] 시리즈의 신작이 일본과 같은 시기에, 완전판에 가까운 볼륨 + 오리지널 요소들이 가득 찬 담긴 상태로 나온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이뤄진 한국 오리지널 버전
[길티기어 이그젝스 샤프리로드](이하 샤프리로드) >

 

The Dreamer

[샤프리로드]와 고 신해철님이 만나게 된 과정에는 2002년 당시, YBM 시사닷컴 게임사업부의 역할이 매우 컸습니다. 그 시절의 기억을 채우기 위해서는 이 프로젝트의 로컬라이징을 주도했던, 전 YBM 시사닷컴 게임사업부 신종현 본부장과의 만남이 꼭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직접 만나 정말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 이하의 내용에서 신종현 본부장을 S로 표시하고, 당시의 추억을 회상하는 대화 중에는 故 신해철님을 ‘신해철님’으로 표시했습니다.

 

Q. 당시에 [샤프리로드]를 로컬라이징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S : 처음에 YBM 시사닷컴 게임사업부에서 담당하고 있는 회사가 프롬 소프트웨어, 아크 시스템 웍스, 세가, 스퀘어에닉스, 사미, 액티비전 등이었는데, 아크 시스템 웍스의 주력 타이틀이 [길티기어] 시리즈였어서 로컬라이징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들여온 것은 [길티기어 젝스 플러스]였고요. 그 다음으로 [샤프리로드]를 선택했죠.

 

[샤프리로드]의 한글화 방향은 어떤 과정으로 진행됐나요?

S : 먼저 일본판의 언어를 그대로 살리면서 한국어를 추가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아크 시스템 웍스쪽에서 DVD 용량만 넘어서지 않는다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러면 DVD 용량 안에서 음악도 혹시 바꿔서 넣을 수 있는지 문의했는데, 그것도 마찬가지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한국쪽에서 한번 섭외를 해볼게요.’라고 얘기했죠.

 


< 언어 선택에서 일어 음성 + 한글 자막, 한국어 음성 + 한글 자막 등
다양한 옵션을 줬던 [샤프리로드]. 일본어 자막도 선택할 수 있었던 덕분에
비공식적으로 일본에 역수출되기도 했습니다 >

 

음악에 있어서 신해철님을 선택한 이유가 있으셨나요?

S : ‘한국의 락커 중에 누가 괜찮을까?’ 생각했는데 당시 게임을 좋아한다고 밝힌 분이 신해철님이었잖아요. 그래서 처음부터 신해철님을 생각했고, 연락을 했는데요. 하자마자 ‘난 게임 좋아해서 하고 싶다’라고 얘기하셔서…다른 뮤지션은 알아보지 않고 처음 연락한 신해철님으로 바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당시 소속사로 바로 연락하신 것이었나요?

S : 의외로 다들 두려워하시는데, 다이렉트로 이런 식으로 해보자고 연락을 하면 아티스트분들이 연락을 잘 받아주세요. 어려운 것이 있다면 소속사와의 계약 관계가 문제인거지, 뮤지션들은 재미있어하시죠.

< 계약 당시 신해철님이 보내줬던 프로필 자료
/ 사진 제공 : 신종현 팀장 >

 

[샤프리로드]의 경우 음성도 전부 더빙하고, 음악도 전곡을 새로 녹음하는 등 규모가 큰 한글화였잖아요. 당시 내부에서의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S : 2가지로 볼 수 있는데요. 저를 기점으로 윗분들의 입장과 아랫분들의 입장. 위에 분들이 얘기했던 건 아무래도 ‘비지니스 모델이 제대로 서 있느냐?’를 물어봤고요.

그 점에 대해서는 신해철님을 기용했을 때 매출이나 홍보 효과가 이정도로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이로 인해서 매출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겠지만 저희쪽 수익이 마이너스가 되지는 않을 거라고 얘기했더니 ‘그럼 해봐라 재미있을 것 같다’라는 반응이었고요.

 

아래 분들의 경우는 위에서 통과가 된 다음에 ‘이런 식으로 한글화를 하려고 하고, 신해철님과 함께 하려고 한다.’라고 했더니 거의 만장일치식으로 좋아하는 분위기였죠.

 

당시 위에 분들이 한글화에 대해 굉장히 호의적이었던 것으로 느껴지는데요.

S : 방금 말씀드린 것에 이어서 말씀드리면, 뜬구름 잡듯이 그냥 이렇게 해보고 싶다라고 얘기하는 것과 사업 분석을 제대로 해서 얘기하는 것의 차이인 것 같아요. 무조건 호의적이었다고 하기는 그렇고, 사업적으로 가능한 부분들을 제대로 보여드렸기때문에 움직였던 거죠.

 

신해철님과 음악 작업 진행 중간중간에 이야기를 나누셨나요?

S : 작업에 있어서는 전적으로 신해철님에게 맡긴다는 방침이었고요. 왜냐하면 게임을 좋아하시기때문에. 처음에 충분히 [길티기어]에 대해서 설명을 해 드렸더니 금방 캐치를 하시더라고요.

 

또 대전 격투 게임에 대해서도 이해도가 높으셨는데요. ‘[길티기어] 세계관 안에서 이런 캐릭도 있고 저런 캐릭도 있는데 이 캐릭터는 어떤 성격을 갖고 있냐?’라고 물어보신 다음 ‘그럼 내가 알아서 해올게’라고 하셔서 ‘그러십쇼’라고 했거든요. 그리고 나서 다 들어보니 캐릭터에 맞춰서 잘 해오셨더라고요.

 

< 신해철님이 한국판 OST에 남겼던 제작 후기 >

 

그럼 거의 한번에 넘겨서 통과된 거군요?

S :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일본쪽에서도 전적으로 신해철님에게 맡기다시피 했고, 결과물에 대해서 굉장히 만족을 했고요.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면 한국판 음원의 길이가 일본판과 많이 차이나는 경우에 대해서만 좀 조율을 했지, 작곡이나 편곡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곡이 일본으로 넘어간 후의 반응은 어땠나요?

S : 당시 PD인 ‘사다모리’님이나 키도오카 사장이나 듣자마자 분위기가 잘 어울린다는 반응이었고요. 이시와타리님의 경우는 ‘자극이 되었다고 할까?’ 그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요. 오래 전 일이라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지만요. 전반적으로 좋은 반응이었습니다.

 

신해철님이 성우 더빙도 했었는데 그에 대한 얘기도 나누셨었나요.

S : 본인이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에 성우로 한번쯤 참여해보고 싶다는 의지가 있었어서 하게 되었는데요.

 

그러면 먼저 제안을 하셨던 건가요?

S : 아뇨 그런 건 아니고 자연스럽게 서로 얘기가 나왔던 것 같아요. 누가 먼저 얘기를 꺼냈는지 모르겠지만 ‘성우 녹음 해보면 재밌겠다’라고 하다가 그냥 당연히 ‘그럼 하나 해야지’하면서 하게 됐습니다. 녹음 당시에는 하고 싶었던 걸 하는 거니까 재미있어 하셨고요.

 


< 신해철님 자신과 비슷한 성격의 캐릭터라며
좋아했었다고 전해지는 [샤프리로드]의 테스타먼트 >

 

그 당시 성우 녹음할 때 미디어 분들이 많이 취재했던 기록이 있더라고요. 그 때는 제가 콘솔쪽에서 일하던 시기가 아니었어서 참 아쉬워요. 이런 케이스가 정말 드무니까요. 그리고 나중에 한국 버전 OST가 일본에 음반으로 출시되게 되었는데 이건 일본 쪽에서 먼저 얘기가 나온 것인가요? 

S : 한글판이 출시되고 일본쪽에서 반응이 좋아서 음원으로 듣고 싶다는 요청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YBM 시사닷컴 게임사업부쪽으로 제안이 왔고 라이선스 음반 식으로 진행하게 되었죠.

 

그 앨범이 일본에 출시되는 것을 신해철님도 알고 계셨나요?

S : 네. 알고 있었고요. 본인이 항상 얘기했던 것이 마왕으로서 세계 정복을 하는 것인데, ‘그런 교두보로 하나 더 진출하게 됐구나’라고 하면서 좋아하셨죠.

 


< 당시 일본에 출시됐던 [샤프리로드] 한국 버전 라이선스 음반
/ 사진 제공 : 게임뮤지엄(www.game-museum.com) >

 

당시 [샤프리로드] 한글판에 일본 아크 시스템 웍스 개발진분들이 굉장히 만족하셔서, 향후의 [길티기어] 시리즈도 신해철님에게 음악을 맡기고 싶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들었는데, 정말 그런 일이 있었나요?

S : 네. 향후의 [길티기어]에 대해서 당연히 얘기를 했었고요. 문제는 당시 YBM 시사닷컴 게임사업부에서 게임 사업을 접게 되면서 진행할 수 없게 되었죠. 만약 그렇게 되지 않았다면 꾸준히 진행되지 않았을까…그런 아쉬움이 좀 있죠. 의외로 [샤프리로드] 한글판이 일본뿐만 아니라 유럽이나 북미권 나라들까지 많이 팔렸거든요.

 


< 유튜브에 등록된 [샤프리로드] 한국 음원 영상들에서
이런 덧글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일본어 버전과 다른,
듣는 즐거움이 있다는 등 좋은 평가들이 많은 편입니다 >

 

저도 유튜브에 [샤프리로드] 한글판 음원들이 올라와있는 걸 봤는데, 댓글들을 보면 좋은 반응이 많고 영어로 외국 사람들이 ‘대체 왜 한국만 음악이 다르냐?’ 이런 식으로 댓글을 많이 달았더라고요. 이렇게 음악을 전부 바꿔서 수록하는 게 해외의 로컬라이징에서도 정말 드문 일이니까요.

여담이지만 당시 YBM 게임사업부가 좀 급하게 게임 사업을 접게 된 것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분들이 많고, 아쉬워하는 유저분들도 있는데 간단하게 알려주실 수 있는 부분이 있나요?

S : 당시 YBM 시사닷컴이 상장을 했는데요. 여러 애널리스트들이 분석한 결과 YBM 시사닷컴의 다른 사업은 다 높은 비율의 흑자인데, 게임사업부의 경우 흑자이기는 하지만 영업 이익 비율이 다른 분야에 비해 낮다. 또 메인 사업인 영어 교육과는 거리가 멀다.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인 견해를 줄 수 있으니 게임 사업부는 정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놨고, 그 부분을 수용해서 접은 거에요. 콘솔 게임을 즐기는 유저분들에게는 굉장히 아까운 얘기죠. 소문처럼 적자가 나서 접은 사업이 아니었거든요.

 

아…회사의 상장과 관련이 있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 못했는데 너무 아쉬운 일입니다.

S : 이제는 얘기할 수 있겠지만…당시 [파이널 판타지 12]도 저희가 하기로 했었거든요. 스퀘어에닉스랑 얘기도 잘 진행되는 상황이었고, 직원도 1명 아예 스퀘어에닉스에 파견 나가 있었고요. 그런 상황에서 사업이 접혀서 스퀘어에닉스도 굉장히 아쉬워했었죠.

 

그러면 PS2용 [파이널 판타지 12]도 한글화가 될 수 있었던 거였군요. 지금은 늦게나마 리마스터로 한글화가 되었지만…참 여러모로 그 당시 아쉬운 일들이 많았던 시기였네요. 그럼 마지막으로 신해철님과 관련해서 해주실 얘기가 있으신가요?

S : 이번에 3주기 기사를 쓰신다고 하시니까, 저를 비롯해서 당시의 팀원들이 굉장히 좋아했던 뮤지션인데 안타까운 일로 돌아가셨다고 하셔서 저도 사실…만나뵙고 했던 분이라 뉴스를 접했을 때 마음이 많이 안좋더라고요. 돌아가셨을 당시에도 팀원들과 연락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들을 했었어요. 안타까워하는 마음은 다들 비슷했고요.

 

만약 살아계셨다면 게임 음악이나 애니메이션쪽에 지속적으로 관심이 있으셔서 한국 뮤지션으로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되지 않으셨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온라인 게임 같은 경우는 그래도 성우 녹음이나 보컬곡 녹음이 좀 있지만, 콘솔 게임쪽은 음성 한글화가 거의 없는 편이잖아요. 그런 면에서 많이 아쉽네요.

 

당시 신해철님의 참여로 그 정도의 이슈가 되었던 것을 보면 콘솔 유저분들의 요구나 열망이 있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좀 더 비즈니스적으로 해결하면 음성 한글화가 가능할 수 있는데…아쉽습니다.

 

 

 한국어 더빙이 각 캐릭터들의 성격과 잘 어울려 호평받았던 [샤프리로드] 


그나마 요즘 시장이 PS2 시절에 비해서는 커진 편이고, 한글화도 많이 되고 있기는 합니다만. 로컬라이징에 많은 비용을 쓰는 것에 대해서는 부담이 가는 것이 사실이죠. 한국어 음성 녹음을 하는 경우도 굉장히 드문 편이고요.

S : 그런 게 아쉬운 거죠. 당시 YBM 시사닷컴 게임사업부 같은 경우 대부분을 더빙했었잖아요. 그게 이제 유저의 선택이라고 생각을 해서 음성, 자막도 가능한 선택할 수 있게 했고요. 그런데 로컬라이징하면서 이런 기능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릴려고 한 측면도 있거든요. ‘이렇게 할 수 있으니까 다른 퍼블리셔들도 일본에 요청하면 이렇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라고요.

 

예를 들어 [아머드코어 3]의 경우 유저 닉네임을 한국어 자음 + 모음 방식으로 최초 도입했는데, 그것도 안되는 게 아니었는데, 대부분의 퍼블리셔들이 안되는 거라고 얘기했었어요. 그런데 그게 적용된 다음부터는 다른 회사들도 한국어 입력을 쓰기 시작하더라고요. 특히나 요즘 같은 시대는 DLC나 패치로 얼마든지 더 한글화 관련 기능들을 붙일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지금의 퍼블리셔들이 좀 더 고려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 당시의 한글화 방식들이 지금의 국내 시장에도 많은 영향을 줬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세계의 문

한국판 [샤프리로드] 출시는 국내 뿐만 아니라, 일본, 해외의 유저들에게도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일본에서의 반응이 뜨거웠는데, 일본판 [샤프리로드]에 없는 컨텐츠들이 한국판에 담겨 있었기에, 구미가 당기는 물건이었죠.

 

결과적으로 한국판의 역수입이 빈번하게 일어났고, OST의 경우 초회판에 동봉되었던 N.EX.T의 음원 + 데모곡과 효과음 관련 항목이 추가된 라이선스 음반이 출시됩니다. 놀라운 것은 당시 일본 아크 시스템 웍스 본사에서 [샤프리로드] 한국어판의 로컬라이징을 담당했던 분도 한국분이었다는 것이죠.

 

당시 아크 시스템 웍스 본사의 로컬라이징 담당자이자, 현재 국내에서 로컬라이징 및 게임 개발사 ‘게임 뮤지엄’을 운영하고 있는 전성구 대표에게 당시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 이하의 인터뷰 내용에서는 전성구 대표를 ‘J’로 표시했습니다.

PS2 버전 [샤프리로드]의 한글판 로컬라이징(음성 한글화 + N.EX.T 음악으로 전곡 재수록)에 대한 내용을 당시 아크 시스템 웍스 본사의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J : [길티기어 이그젝스]처럼 데이터만 갈아 끼우는 작업으로 끝날 줄 알았던 작업 규모가 전용 스테이지와 언어 선택 기능 등과 같이 커지게 되면서 ‘이렇게까지 많이 건드려야 해?’ 하는 메인 프로그래머 분의 반응. 그리고 디자이너로 새로 들어온 한국 스탭분이 자신이 한국 전용 스테이지를 그릴 수 있게 되었다며 좋아했던 것이 제일 먼저 떠오르네요.

 

나머지 스탭들의 분위기는 ‘YBM 시사닷컴 쪽의 규모가 이 정도로 크구나!, 그리고 기획력이 대단하다!’라는 반응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전 프로젝트인 [길티기어 젝스 플러스] 때도 칩이라는 캐릭터의 국적을 한글판에서만 한국으로 바꿔서 내보는 것은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었고, 그 외에도 이런 저런 제안들이 넘어와서 인상 깊게 눈여겨 본 스탭들도 있었습니다.

 

처음 들어간 한국 배경에 대한 에피소드도 있었다고요.

J : 한국 배경 작업이 진행 되는 것을 지켜 보던 중에 배경은 멋진데 어느 순간부터 ‘뭔가 이상하다’라는 생각이 들어 계속 보다 보니까요. 양쪽에 서 있는 장승 중에 오른쪽에 있던 장승에 천하 여장군이라고 써 있어서 그랬던 것이었어요. 한국쪽에서는 YBM 시사닷컴 게임사업부에서도 테스트해 주고 있었는데, 마스터 직전인 그때까지 이야기가 없었기에 처음에는 내가 잘 못 알고 있었나보다…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찾아보고는 지하 여장군이 맞다는 것을 알게 되어 이야기를 해주고 부랴부랴 수정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샤프리로드]의 예약 선물로 진짜 샤프를 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같이 빵터졌던 기억도 나네요.

 

< 한글판 전용으로 제작된 한국 스테이지 스크린샷.
우측에 인터뷰에서 언급된 ‘지하여장군 장승’이 보입니다 >

 

완성된 [샤프리로드] 한글판 음악을 들었을 때 아크 일본 본사의 반응은 어땠나요?

J : 곡 전달이 예정보다 늦어져서 아크 본사 스탭들 불만이 조금씩 쌓여가곤 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게임 시스템 쪽에서는 마무리가 되었기에 새로운 BGM이나 SE를 집어 넣고 마스터만 만들면 되는 상태로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YBM 시사닷컴 게임사업부에서 신해철님이 한국에서 어떤 뮤지션인지에 관해서는 설명을 한 것으로 알고 있었고, 저 역시도 스탭들에게 일정이 늦어지는 이유에 관해 실시간으로 설명을 해주고는 했었죠.

 

당시의 스케줄이 늦어지면 이후 다른 프로젝트의 스케줄에도 영향을 받아야 하기에 다들 민감한 상태로 기다렸던었고요. 하지만 최종 데이터를 받아서 게임에 적용한 후 플레이 해 보면서 모두들 늦어진 이유에 관해 납득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중간 데이터를 그냥 들어볼 때와 게임을 플레이 하며 들어볼 때의 느낌이 한층 다르기에 약간 감동도 했다고 해야 할까요.

 

당시 게임을 받아본 유저분들 중에서도 그런 의견이 많았습니다. 게임과 잘 어울리고, 정말 모든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한글화였다고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꼭 들어보고 싶었던 이야기

한국 오리지널 음원이 적용된 [샤프리로드]를 보고 아크 시스템 웍스 본사의 직원들이 납득했다는 이야기. 그 중심에는 [길티기어] 시리즈의 원작자이자 디렉터, 그리고 가장 최근의 [길티기어 Xrd Rev2]까지 이끌어가고 있는 이시와타리 다이스케님도 분명 있었을 것입니다. 2003년, 약 14년 전의 오래된 기억이기는 합니다만, 고 신해철님의 음악은 그에게도 분명 임팩트가 있는 일이었겠죠.

 

해외의 로컬라이징을 모두 놓고 봐도 이런 사례는 정말 드문 일이니까요. 다른 작곡가에 의해 쓰여진 [길티기어]의 음악들이 이시와타리님에게는 어떻게 다가왔는지를 서면 인터뷰를 통해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 이하의 인터뷰 내용에서는 이시와타리 다이스케 디렉터를 ‘I’로 표시했습니다.

 

PS2 버전 [샤프리로드] 완성했을 당시에는 어떤 기분이었나요?

I : “결국 해냈다”라는 표현이 그 당시를 설명하는 솔직한 심정입니다. 그때는 캐릭터 하나를 만들더라도 각각의 오리지널리티를 확립하기 위해 상당히 집중했었죠. 그렇기 때문에 [샤프리로드] 완성 이후로 ‘각 캐릭터들의 성능 차별을 두는 것은 이 이상 불가능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정도였고, 그것이 [샤프리로드가] 성공한 요인 중 하나였다는 생각도 드네요. 시간이 흘러서 지금은 더욱 더 넓은 시야로 생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만, 그때는 ‘이제 격투 게임은 두 번 다시 만들지 않을 거야’ 라고 말하기도 했었습니다.

 

한국에서 [길티기어]의 한국어 버전 OST를 별도로 만든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I : 그 당시에는 ‘꼭 그럴 필요가 있나?’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렸었네요. 하지만 작업된 곡들을 듣고 나서는 “아, 역시!!!”” 라고 저도 모르게 소리쳤습니다. 그 당시의 저는, 제대로 된 음악 공부를 하지 않은 채 작곡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신해철님의 곡을 들었을 때 ‘프로 중의 프로가 만드는 곡은 이렇게 대단하구나’라고 느꼈고, 사실은 살짝 질투하기도 했었습니다.

 

각 악기의 역할이나 조화, 그리고 트랙 다운(음악 편집)도 정말 멋져서 그 음악들을 들으면서 ‘내게는 뭐가 부족했을까’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 후 제가 작곡을 할 때에도 신해철님의 곡들이 큰 영향을 줬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두 분이 직접 만난적은 없었지만, 신해철님의 한국판 [샤프리로드] 음악을 통해 느껴졌던 인상은 어땠나요?

I : 잘 표현할 수 없지만, ‘인격’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길티기어]의 악곡을 대하는 접근 방법이 전혀 달랐음에도 불구하고, 원래 곡이나 캐릭터를 모른다면 이런 곡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 부분도 매우 많았습니다.

 

신해철님이 보는 캐릭터의 특징들이 곡으로 만들어진 것이니까요. 음악을 즐기는 마음과 섬세함, 그리고 성실함과 같은 그의 인격을 느꼈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길티기어 Xrd -사인-] 이후의 가정용 시리즈에서는 게임 속 컬렉션에서 지난 시리즈의 음원을 구매해 게임에 적용할 수 있는데요. 혹시 향후 한국에 정식 발매되는 [길티기어] 시리즈에서 한국판 OST를 그런 형태로 수록해주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I : 그 점에 대해서는 명확히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만, 만약 넣게 된다면요. 음…잼이나 자파의 곡도 좋겠지만, 가장 넣고 싶은 건 어새신의 VS 곡입니다.

 

 

이시와타리 다이스케 제네럴 디렉터가
언급한 한국 OST '어쌔신즈 테마곡'
 

 

고 신해철님의 기억으로 오늘을 다시 채우다 #Reload

사실 게임에 한정해서 고 신해철님을 추모하기에는 부족함을 많이 느낍니다. 그가 남긴 것들은 그보다 훨씬 더 크고, 많은 분야에 퍼져있기 때문이죠. 대중 문화와 관련된 추모는 수많은 대중 미디어들에게 맡기며, 콘솔러 안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공을 들여 고 신해철님의 3주기를 추모합니다.

 

게임의 엔터테인먼트로서의 작품성을 누구보다 높게 평가했던줬던 사람, 자신의 노력과 시간, 심지어 자본을 더 들여서라도 완성도 높은 애니메이션 음악을 만들고 싶어했던 사람. 고 신해철님이 해주었으면 하는 너무나 많은 일들이 있고, 그것이 콘솔 게임 업계에 있어서도 더 좋은 영향들을 미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기에. 오늘 고 신해철님이 더욱 그립습니다.

 

작성자 : Qrdco
취재 협력 : 아크시스템웍스 아시아지점

6
Comments
2017-10-27 09:31:00

라젠카만 알고 있었는데

길티기어에도 작업하셨군요 ㅠ
2017-10-27 09:44:00

https://youtu.be/O57iG3OOxXc
생전에 마지막으로 하신 이 강연 너무 좋았어여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17-10-27 10:04:00

그립네요 마왕…

2017-10-27 10:06:00

추억 소환 ㅠ_ㅠ 민물장어의 꿈 뮤직비디오도 링크해봐용

2017-10-27 10:44:00

YBM은 참…상장이 더 늦었다면 한글화 게임 더 나올 수 있었을텐데… 옛날 생각 많이 나네요 ㅠ_ㅠ

2017-10-27 11:14:00

별 생각 없는 날이었는데…좋은 기억들을 떠올리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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