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여지다 - 고 신해철님 4주기 추모글
고 신해철님이 음악, 게임, 애니메이션, 방송 등에 남긴 기록들은 너무나 많습니다. 그리고 그 기록들은 오늘까지도 다양한 곳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4주기를 맞아 당시에 남겨진 것들 중 콘솔 업계에서 이 기록이 어떤 의미로 쓰이고 있는지를 다시 들여다 보려 합니다.
선례로 남은 기록
국내에서 개발한 콘솔 게임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PS2 시장에 일본 개발사와 국내 뮤지션이 다른 나라에서 경험할 수 없는 유일한 경험을 하게 만든 작품. 그것이 아크시스템웍스가 개발하고 YBM 시사닷컴이 로컬라이징을 진행, 고 신해철님이 한국 전용 OST를 담당한 [길티기어 이그젝스 샤프리로드](이하 샤프리로드)였습니다.
2003년에 남겨진 이 기록은 당시 번역과 코딩 위주로 진행되던 로컬라이징 작업을 ‘오리지널 컨텐츠를 담아 출시 국가의 유저분들에게 더 많은 즐거움을 전달하는 현지화’로 선보인 첫 번째 사례로 남았습니다. 이러한 시도는 이후의 콘솔 게임 시장에서 한국 전용 특전 아이템, 한국어 보컬곡 등이 만들어 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고, 지금도 일부 타이틀들은 이러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샤프리로드]가 남긴 이 위대한 기록을 현세대의 콘솔 게임 유저분들이 경험하기는 어려운, 조금은 먼 과거의 이야기였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초 아크시스템웍스의 놀라운 발표가 있었습니다.
게임으로 다시 쓰여지다
작년에 진행한 3주기 인터뷰에서 [길티기어] 시리즈의 이시와타리 다이스케 제네럴 디렉터는 당시의 곡들에 대한 인상, 그리고 만약 가능하다면 특정 곡을 게임에 담고 싶다고 이야기했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초에 있었던 국내의 한 컨퍼런스에서 닌텐도 스위치(이하 스위치)로 [길티기어 이그젝스 엑센트 코어 플러스 R]을 이식하며, 고 신해철님의 음악을 수록한다고 밝혔습니다.
< 당시 현장에서 쓰였던 발표 자료. 글로벌 버전이기에
[샤프리로드] 한국판 전용 음악에 관심이 있었던 해외 유저들도
고 신해철님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게 됐습니다.
/ 자료 제공 : 아크시스템웍스 아시아지점 >
작년에 진행한 3주기 인터뷰에서 [길티기어] 시리즈의 이시와타리 다이스케 제네럴 디렉터는 당시의 곡들에 대한 인상, 그리고 만약 가능하다면 특정 곡을 게임에 담고 싶다고 이야기했었습니다.
비록 과거 시리즈를 이식한 작품이기는 하지만, 한국 전용으로 고 신해철님이 만든 음악을 다시 들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2003년에 있었던 기록을 현세대 유저분들이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기뻤던 발표였습니다.
다만, [GGAC+R]의 발매일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게임 음악으로 고 신해철님을 다시 만나는 날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네요. 대신 오늘 4주기를 맞은 고 신해철님을 추억할 수 있는 것들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소리로 다시 쓰여지다 – 고스트 스테이션
2001년 4월 1일부터 2012년 10월 22일까지 진행했던 고 신해철님의 라디오 방송, ‘고스트 스테이션’이 SBS와 벅스에서 운영하는 팟캐스트 서비스 ‘팟티’를 통해 매주 조금씩 복원되어 올라오고 있습니다. 상당히 오래된 녹음본이지만 꽤나 좋은 음질로 목소리와 음악들을 들어볼 수 있는데요.
그 당시의 주 청취자였던 젊은 세대가 반말로 툭 하고 털어놓던 고민들, 그리고 그에 대한 고 신해철님의 진중하면서도 재치있고, 따뜻함이 전해지는 답변들을 다시 들어볼 수 있습니다. 현재 1회부터 2002년 11월 2일 분량까지 업데이트된 상태입니다.
▼ 고스트 스테이션 첫 방송
(2001년 4월 1일) 다시 듣기
https://www.podty.me/episode/8431777
▼ 고스트 스테이션 방송 전체 페이지
거리로 다시 쓰여지다 – 성남시 신해철 거리, 그의 작업실
올해 2월 8일, 고 신해철님의 생전 작업실이 있었던 분당구 수내동에 신해철 거리가 조성됐습니다. 성남시와 유족분들, 그리고 지역 주민분들이 협력해 제작된 이 거리는 고인을 추억할 수 있는 조형물들이 전시되어 있고, 실제로 그가 쓰던 물품들을 대부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작업실도 무료로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주소 :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발이봉로 3번길
대중 교통 : 정자역(신분당선, 분당선) 1번 출구 근처 마을 버스 정류장에서 109-1번을 탄 후 ‘동국대한방병원, 수내고교’에서 내리시면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습니다.
< 1번 출구로 나와 바로 오른쪽으로 돌면 보이는 마을 버스 109-1 정류장 >
※ 참고로 신분당선을 타고 정자역에서 내리실 경우에는 5번 출구로 나와 직진하여 1번 출구 근처 마을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하는 것이 좋습니다. 신분당선과 분당선의 운영 업체가 달라 환승 게이트를 찍고 분당선 1번 출구로 나가기만 해도 추가 요금이 나오는 불이익이 있습니다.
▼ 공식 홈페이지
< 거리 중앙에 있는 고 신해철님의 동상 >
< 고 신해철님을 추모하고, 그와 관련된 기억들을
공유할 수 있도록 전시하고 있는 신해철 스튜디오 >
< 고인이 쓰시던 서재에 꽂혀 있는 음반과 만화책들 >
▼ 신해철 스튜디오 내부를 담은 추모 영상
다시 쓰여진다는 것
고 신해철님이 남긴 음악, 그리고 게임, 애니메이션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참여가 기록으로 남고, 현세대에서도 다양한 매체에 재생산되어 다시 쓰여진다는 것. 그만큼 그를 떠올리고, 그가 만들고 이야기했던 것들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4주기를 맞은 올해는 게임 음악을 비롯해 다양한 곳에서 그의 기록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힘든 시기에 위로가 됐던 그의 말들처럼 따뜻한 위안을 느끼는 오늘입니다.
작성자 : Qrd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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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참 빠르네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