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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콘솔 시장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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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6 10:20:00

2016~7년은 국내에 진출한 콘솔 퍼블리셔들의 약진이 빛났던 한 해였습니다. 소니인터렉티브엔터테인먼트코리아(이하 SIEK)는 상, 하반기에 한번씩 플레이스테이션 아레나를 개최하여 한글화 타이틀 발표회를 진행했고,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 코리아는 ‘한글화 대폭발 페스티벌’이라는 행사로 여러 작품들의 한글화 소식을 전했죠.

또 작년에는 정말 오랜만에 새로운 퍼블리셔인 아크 시스템 웍스 아시아, 신세계 아이앤씨가 국내 콘솔 업계에 진출하기도 했습니다. 코에이 코리아, 코코캡콤, YBM 시사닷컴 게임사업부 등의 철수 이후 새로운 퍼블리셔가 등장한 것은 너무나 오랜만에 이뤄진 일인데요. 이런 좋은 흐름이 한국 시장에 이어지고 있는 이유, 그리고 한국 콘솔 게임 시장은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시장인지를 분석해 봅니다.

 

매년 성장해 온 한국 콘솔 시장

먼저 통계로 규모를 파악해보죠. 국내 게임 시장은 온라인, 모바일, 콘솔 순으로 큰 시장 규모를 갖고 있는데 이들 중 온라인의 규모가 가장 크지만, 성장은 정체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반면 모바일은 매년 큰 폭의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며 주요 퍼블리셔들의 억단위 매출액 발표, TV까지 진출한 광고의 노출 범위가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죠. 그렇다면 마지막 콘솔의 상황은 어떨까요. 우선 아래의 그래프를 보시죠.

위 표의 2017년 예상 수치는 새 하드웨어 출시를 고려하지 않은 값입니다. XBOX ONE X, 닌텐도 스위치의 정식 발매가 확정된 것을 감안하면 향후의 성장폭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되죠. 또한 국내 콘솔 시장은 온라인이나 모바일에 비해서는 작은 규모지만 조금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PS4가 정식 발매된 2014년의 성장율은 전년 대비 약 70%에 달할 정도로 크게 뛰어 올랐는데요. 중요한 것은 이 성장이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인해 일어난 일이라는 점입니다.

 

대형 퍼블리셔들의 로컬라이징 시스템 변화

해외 콘솔 시장이 점차 영화 시장에 맞먹을 정도로 거대화되면서, 퍼블리셔들의 로컬라이징 정책의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에는 판매량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핵심 타겟 국가의 언어로 먼저 발매한 후, 타 국가의 요청이나 계약에 의해 로컬라이징을 진행했는데요. 결과적으로 개발팀이 같은 작업을 2번 이상하게 되어 비효율적이었습니다. 따라서 게임을 주기적으로 스케쥴을 맞춰 출시하는 대형 퍼블리셔 입장에서는 개발사가 효율적으로 게임을 생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기에, 항시 운용되는 로컬라이징 팀을 만들어 전 세계의 언어로 동시 런칭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판매 전략이 되었죠.

그 흐름의 선봉에 서 있는 것이 유비소프트인데, 출시되는 모든 타이틀을 각 국가의 언어로 로컬라이징하여 동시 발매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대규모 로컬라이징 팀의 운용에 있는데, 올 초에 출시된 [와치독스 2]의 엔딩 스탭롤에서 약 3분 동안 각 국가의 로컬라이징 스탭 이름만 줄줄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격세지감을 느꼈습니다. 

< 10월 말 출시 예정인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
역시 전 세계 동시 발매됩니다 >

이 외에도 스퀘어에닉스, 락스타, 소니, MS 등의 대형 퍼블리셔들도 이 흐름을 따라가고 있어 한글화된 게임을 해외와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일이 점점 잦아지고 있죠. 지금은 당연한 일이지만 영어, 일본어 발매 게임이 대다수였고 간혹 예약 상품으로 대사집을 주던 시절을 기억하고 있는 유저분들에게는 지금의 상황이 감회가 남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퍼블리셔의 변화와 대규모 로컬라이징 팀의 노력은 유저분들의 적극적인 구매 공세로 이어져 선순환이 되고 있는 상태고요.

하지만 아쉽게도 모든 퍼블리셔가 이런 선택을 한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EA인데 각 게임별로 다른 로컬라이징 정책을 적용하고 있죠. 예를 들면 [배틀필드 1]은 12개 국가 언어를 지원하고, [타이탄폴 2]는 7개 국가의 언어만 지원하는 식인데 양쪽 모두 한글은 없습니다. 또한 중소 규모 퍼블리셔, 개발사들은 아직 국가별로 계약해서 로컬라이징을 하는 경우가 더 많은 상황입니다.

 

아시아, 그 중 한국 콘솔 시장의 포지션

퍼블리셔의 정책 변화 외에도 한국 시장만의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일본과 가장 가까운 국가라는 것인데, 이로 인해 국내에 게임기가 정식 발매되지 않는 시절부터 일본 게임들을 빠르게 유통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식 발매가 시작된 PS2, PS3 시절 일본 게임들의 국내 판매량은 대형 게임들이 100 만장 이상 팔리는 일본 시장과 비교하면 너무나 작은 시장이었죠. 시간을 들여 로컬라이징을 해도 잘 팔리지 않았고, 일본 개발사 입장에서 한글화 노력 대비 가성비는 매우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일본 콘솔 시장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습니다. 모바일 시장의 성장, 그리고 장기간의 경제 불황이 겹치면서 100 만장이 넘는 타이틀은 인기 시리즈가 아닌 이상 나오기 어렵게 되었죠. 특히 중소 규모의 게임들은 첫 주 판매량으로 게임의 성공과 실패가 결정되고, 이후에는 더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어 새로운 활로가 필요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한국 시장의 콘솔 게임 판매량은 지속적으로 조금씩 상승하고 있었고, 이제는 일본의 판매량과 비교해봐도 수익이 쏠쏠한 시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 100 만장이 쉽게 나오던 시절에는 한국의 판매량이 미세하게 느껴졌지만, 이제는 일본 판매량의 4~5%의 비중이 한국에서 나오니까요. 대중적인 작품, 또는 만화, 애니메이션 등의 유명 원작이 있는 게임의 경우 국내 판매량이 일본의 약 10% 수준에 다다르는 좋은 성과도 나오고 있습니다.

남은 과제는 대작 게임뿐만 아니라 다양한 컨셉과 취향을 가진 중, 소규모 게임들도 최소한의 수익은 낼 수 있는 판매량이 나와주는 것인데 이는 콘솔을 플레이하는 유저분들이 늘어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국내 콘솔 게임 시장의 성장과 꾸준한 관심이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슈퍼로봇대전 V]의 경우 출시 첫 주에 일본에서 집계된 판매량이 약 25만장인데,
국내 판매량은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비공식 약 3만장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는 일본 판매량의 약 8%에 달하는 좋은 성적이죠 >

< [포켓몬스터 썬 / 문]은 닌텐도 코리아에서 공식적으로 첫 주, 약 9만장이 판매되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국내에서 장기간 꾸준히 팔려 10만장을 넘긴 케이스는 몇 번 있었지만,
첫 주에 이 정도 판매량이 나온 것은 처음.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있음을 반증하는 사례입니다 >

 

콘솔 게임을 사는 기회 비용의 감소

국내에 PS2가 정식 발매되던 2002년만 해도 게임 타이틀 1장에 4~5만원은 비싼 가격이었습니다. 체감하기 쉽게 비교하면 2002년의 짜장면은 약 3,000원, 치킨 1마리는 약 12,000원 수준이었죠. 현재의 게임 타이틀은 대부분 5~7만원 정도의 가격선 안에서 판매되고 있는데, 짜장면과 치킨 값이 약 2배 가깝게 오른 것에 비하면 게임의 가격 변동은 체감 물가가 높지 않습니다. 물론 시즌 패스나 DLC 등을 포함하면 약 9~10만원이 되어 비슷한 가격 인상률을 보이지만, 단순히 게임을 즐기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초기 비용은 과거의 물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모바일 게임의 부분 유료화 가격(확정 상품을 주는 11만원 묶음 패키지, 10+1회 뽑기의 평균 가격이 3만원 등)이 대중에게 쉽게 노출되면서 상대적으로 콘솔 게임의 가격이 싸게 보이는 면도 있네요.

< 2002년과 비교했을 때 치킨의 평균 가격은 약 2배 가까이 올랐지만,
콘솔 게임의 평균 가격은 약 1.3배 정도 오르는데 그쳤습니다. / 치킨 출처 : KFC 홈페이지 >

 

앞으로의 한국 콘솔 시장

앞서 얘기한 내용 외에도 한국 콘솔 시장이 지금과 같이 성장하는 데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대중이 콘솔에 관심을 갖게 만든 닌텐도 코리아의 3DS, Wii의 TV 광고, PS2~PS4까지 국내 시장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 노력한 SIEK, 음성 한글화로 시작한 시리즈는 계속 한국어 더빙으로 출시하려고 노력하는 한국 MS, 중소 규모 퍼블리셔지만 대다수의 게임을 한글화하는 CFK, 한글화 대폭발 페스티벌 행사로 유저들의 텐션을 끌어올린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 코리아, 수익이 나기 시작하면서 점차 한글화 게임을 적극적으로 유통하고 있는 디지털 터치 등 많은 퍼블리셔들이 한국 콘솔 게임 시장의 원동력이 되고 있죠.

물론 국내 콘솔 시장의 어두운 면도 있습니다. 한국 전체 게임 시장 규모로 봤을 때는 아직 그 비중이 작고, 한글화를 공들여 했지만 수익을 내지 못한 타이틀도 적지 않기 때문이죠. 예전에는 한글화 타이틀이 적어서 한글화를 하는 것만으로 유저분들의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었지만, 지금은 한글화 되는 타이틀이 많다보니 작은 규모의 게임들은 제대로 주목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시장이 커지면서 콘솔 게임을 다루는 미디어는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대부분 대작 게임의 소개에 편중되어 있고요. 그 외에 정식 발매 또는 한글화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로 발매가 보류되거나 발매가 중지되는 경우, 그리고 일부 퍼블리셔의 대규모 인원 감축 등의 걱정스러운 소식들도 있었습니다.

< 한글화 타이틀이 드물던 시절에 비해 중, 소규모의 게임들이 받는 주목도는 확실히 낮아졌습니다 >

반면 호재도 있죠. 현재 콘솔 게임을 구매하는 분들 중에는 어릴 때부터 콘솔을 즐겨온 직장인 층이 많은데, 급성장한 키덜트 시장의 관심이 콘솔 시장의 성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됩니다. 작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6 콘텐츠 산업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키덜트 시장 규모는 2014년 5,000억원에서 매년 20%씩 성장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를 계산해 보면 2017년 추정치는 약 9,000억원에 달하는 큰 시장입니다. 용산, 국제 전자 센터를 비롯해 온, 오프라인 피규어 매장들이 급속도로 늘어난 것은 이 키덜트 시장의 성장세를 반증하는 결과입니다.

그런데 키덜트 시장이 콘솔 시장까지 영역을 넓히기 위해서는 한가지 넘어야 할 산이 있습니다. 구매 즉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피규어, 프라모델, 레고 등의 실물 상품에 비해 게임은 즐길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한국의 대다수 직장인에게 주어지는 ‘여유 시간’은 매우 한정적이기에 콘솔의 구매 진입 장벽은 다른 키덜트 상품보다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약 2008~2009년 즈음부터 평일 주요 예능의 방영 시간은 밤 11시로 고정된 후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직장인들의 평균 퇴근 시간을 10시로 가정, 광고 효율이 가장 높은 시간대에 예능 프로그램을 배정한 씁쓸한 현실이죠. 그만큼 여유가 부족한 것이 현재 한국 사회의 현실이라 콘솔에 대한 접근성은 아직 낮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아직 가능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

사실 한국 콘솔 시장이 이 정도의 성과를 이룬 데에는 지금까지 콘솔 게임을 구매해 온 한국의 유저분들이 가장 큰 역할을 해왔습니다. 게임이라는 컨텐츠에 정당한 가치를 지불하고 콘솔 게임의 즐거움을 다음 세대, 주변 사람들에게로 연결해 나가면서 지금의 환경을 맞이할 수 있었죠. 불모지에 가까웠던 한국 콘솔 시장에 대한 이 지속적이고도 과감한 투자의 결과는 현재 대다수의 한글화 타이틀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 시장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퍼블리셔들의 시각 변화, 그리고 한국 유저분들의 투자가 지속된다면. 비록 그 속도는 느릴지라도 한국 콘솔 시장은 계속 성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작성자 : Qrd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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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7-12-02 14:38:00

 좋은기사 잘봤습니다.

2018-08-22 13:38:00

와 이런 분석도 하셨군요.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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